여름의 이면을 관조하다
Contemplating the Hidden Side of Summer




김가은


최선아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통해 포착된 일상의 순간들을 디지털로 그리거나, 그 결과물을 다시 아크릴화 또는 유화 작업으로 재구성하여 인간의 내면이 가진 복잡한 정서에 대해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명확한 선으로 대상을 단순화하고, 최소한의 색을 사용하여 평면적으로 표현하는 점에서 그래픽적이다. 

여름의 정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바람>에 등장하는 인물은 푸른 계열의 원피스를 입고 있으며, 노란색 배경과의 색채 대비가 느껴져 시선이 집중된다. 바람에 흩날리는 원피스를 통해 표현된 여름 바람의 생동감은 색채의 경쾌함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데, 이는 인물의 차분한 뒷모습의 구도와 대조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또 다른 작품 <Another day>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두 인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들의 뒷모습에서 느긋하게 휴일을 즐기는 평온함이 느껴지면서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먼 곳을 응시하는 두 사람의 거리감에서 묘한 긴장감이 감지된다. 이러한 양가적인 분위기는 밝은 색채를 통해 표현되는 대상의 단순화와 일정한 거리두기라는 구도적 요인에서 기인하며, 이는 평온함 속에 잠재된 인간 내면의 다면성을 암시한다. 

최선아의 작품들은 마치 이어폰을 끼고 소리가 차단된 상태로 주변을 바라보았을 때, 시각적 정보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자신만의 렌즈를 통해 상황을 바라보게 되는 감각과도 유사하다. 그의 작품은 실제 사건의 서사나 인물이 가진 특성을 차단하여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형태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를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놓칠 수 있는 인간 내면의 평온함, 느긋함, 차분함, 우울함, 고독함 등 여러 복잡한 정서적 측면들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여름”하면 눈이 부시게 강렬한 태양, 푸르게 울창한 숲, 시끌벅적한 휴가철 해변, 아침잠을 깨우는 매미소리 등 활기차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연상되곤 한다. 최선아는 이러한 여름이 가진 에너지를 한 단계 낮추어 이 계절을 관조한다. 그는 풍경과 인물을 조용히 관찰하여 그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내면세계를 나타내고자 했다. 그 내면의 다면성은 여름이 가진 에너지와 어긋나기도 하고, 부합하기도 하면서 작품을 통해 전달된다. 이번 전시 《Summer Walk》는 최선아가 바라보는 여름의 다양한 풍광을 통해 이러한 인간 내면의 감정들을 재발견하도록 한다.




  • * 2024년 6월 11일 작성.
  • ** 이 글은 2024년 6월 19일부터 7월 2일까지 공간지은에서 개최된 최선아 개인전 《Summer Walk》전의 서문이다.